▒ 이제부터 뼈로 걷자
▒ 글 박승기(한국트레일연구소 소장)사진 윤성중
모델, 소련군 병사, 경보선수의 공통점은 날씬한 다리
패션 모델은 많은 시간동안 워킹 연습을 하지만 그들의 허벅지와 다리 근육은 굵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의 군사 퍼레이드를 보면 군인들이 90도 직각으로 발을 힘차게 뻗으며 행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힘들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경보선수의 걸음걸이는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지만 그들의 다리는 날씬하다. 왜 그럴까?
지하철에서 올려다 보이는 높은 계단은 지친 몸을 더 무겁게 만든다. 계단이란 단어는 심리적으로 부담을 많이 준다. 사무실 계단이나 아파트 계단은 대부분 포기하고 엘리베이터라는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곤 한다
경기도 청계산에는 어느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나무계단이 있는데 무려 1200개가 넘고, 설악산 희운각 대피소에서 소청봉을 오르는 급경사 철계단은 초보자는 물론이고 경험자에게도 무척 부담스러운 존재다. 산행 중에 사용하는 근육은 전신 근육이지만 계단을 오를 때 사용하는 근육은 대퇴부 근육과 몇 개의 근육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하고 편한 것을 찾게 만든다.
1 모델은 많은 시간동안 워킹 연습을 하지만 그들의 허벅지와 다리는 굵은 근육이 아니다.
2 경보선수의 걸음걸이는 일반인과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들의 다리는 날씬하다.
3 계단이란 단어는 심리적으로 부담을 많이 준다.
호랑이 걸음은 1자 걸음이다
여기에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 보행방법을 발견해 냈으니 바로 ‘타이거 스텝(tiger step)’이 그것이다. 호랑이의 걷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1자 걸음이란 사실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지치지 않고 맹수를 추격해서 먹잇감을 쟁취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새로운 보행법을 타이거 스텝이라고 이름지었다.
이 보행법대로 걷는다면 아무리 많은 계단이 앞을 가로막아도 문제없이 거뜬하게 올라갈 수 있고, 백두대간 종주산행이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도 부담이 훨씬 줄어들 거라고 확신한다.
타이거 스텝의 비결은 걸을 때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뼈로 걷는 것이다. 뼈로 걷는다고 하니 생소하겠지만 발을 1자로 내딛는 것이다. 11자가 아니라 1자이니 한쪽 발은 자연스럽게 걷고 다른 쪽 발을 그 앞에 1자로 내디디면 된다. 걸을 때 다리 근육을 만져보면 바로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당장 일어나서 실험해 보시라
1 왼발을 옮길 때 오른발의 힘은 뺀다. 오른발이 쉬는 시간이다.
2 턴이 끝나면 1자 보행을 유지한다.
3 산행 중 꺾이는 지점에서 왼발이 먼저 45도로 중심 이동을 한다.
4 타이거 스텝은 계단에서 그 위력을 더욱 발휘하여 체력 소모를 줄여준다.
5 타이거 스텝은 계단의 이용 빈도를 오히려 더 높여서 산길 보호를 할 수 있다.
타이거 스텝의 생활화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
평지에서의 일상생활이나 산행, 장거리 여행 중 어느 때나 타이거 스텝을 생활화 시켜보자.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 호랑이 걸음처럼 1자로 걸어가면 근육 사용이 아닌 뼈로 걸어가게 된다. 시내에서의 1자 보행은 걸음걸이를 예쁘게 만들 뿐 아니라 발뒤꿈치를 들고 몸을 앞으로 밀면서 걸으면 자연히 걸음이 빨라진다. 이 행위를 단순 반복한 것이 ‘마사이 걸음’이다.
육교와 지하철, 아파트, 건물 등 모든 계단에 1자 보행을 유도하기 위한 포토그램 발자국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엘리베이터 사용이 자제되면서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 운행의 감소로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미국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 계단오르기대회에서 독일 청년이 10분 7초로 대회 4연승을 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빌딩에서 한 번 도전해 보자
계단 오를 때 타이거 스텝
1 계단에서의 턴 역시 산에서 처럼 안쪽으로 발을 이동한다. 오른발의 이동 폭이 짧아져 체력 소모가 적어진다.
2 턴 이후에 1자 보행을 유지한다.
3 전철이나 아파트의 계단에서 타이거 스텝을 활용한다.
4 계단을 타이거처럼 올라가면 허벅지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힘들지 않다.
산을 여유있게 감상하며 다니자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부터 걷기 시작한다. 걷기는 지표면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걷지만 근육으로 걷느냐 뼈로 걷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커다랗게 달라질 수 있다.
다리를 넓게 벌려서 걸으면 몸은 좌우로 뒤뚱뒤뚱 거린다. 그것은 지구 중심을 향해 몸의 중심을 유지하기 위한 사람의 자연적인 신체적 현상이다. 다리를 벌린 폭을 좁게 하여 걸을수록 몸의 흔들림은 줄어든다. 따라서 1자 걸음을 걸으면서 보폭을 줄여준다면 몸의 중심은 꼿꼿하게 되어 근육의 사용이 최대한 억제되고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산행 중 알펜스톡을 사용한다면 좌우로 흔들리는 몸의 중심을 더욱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시켜줘 적은 에너지로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축적시킬 수 있다. 또한 알펜스톡을 한 번 옮길 때 다섯 걸음을 이동하므로, 그 동안 시야가 자유로워지고 주변 경치를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지루한 킬리만자로와 돌길을 걸어야 하는 히말라야 트레킹은 다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어떤 대상지를 선택하든지 트레킹은 여러 날을 걷는다. 그곳은 서둘러 뛰기보다 천천히 걷는 길이므로 타이거 스텝과 알펜스톡을 사용한다면 좀 더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보장될 것이다. 최근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레일과 걷기운동에도 적극적인 활용과 보급이 절실하다.
산에서는 다양한 지형지물 때문에 평지에서와 같은 1자 보행에 제한을 많이 받겠지만, 보폭을 줄이고 경사 각도에 따라 알펜스톡의 찍는 거리와 스톡에 의존하는 힘을 조절하여 걷는다면 타이거 스텝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타이거 스텝과 알펜스톡
1 알펜스톡을 잡을 때 팔의 각도는 90도를 유지하고 팔과 알펜스톡의 각도는 120도를 유지한다.
2 발만 옮기고 알펜스톡은 그대로 둔다. 이때 시야가 자유로워 여유있게 경치를 즐길 수 있다.
3 발바닥 전체를 땅에 딛고 발의 보폭은 좁게 한다.
4 이동하면서 팔의 각도는 120도가 되고 팔과 알펜스톡의 각도는 90도에 가까워진다.
5 알펜스톡을 밀고 발뒤꿈치를 들면서 이동한다.
6 알펜스톡은 다섯 발자국에 한 번 움직이고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알펜스톡의 사용이 유익한 만큼 방법이나 관리 또한 조심해야 한다. 산행 중 알펜스톡을 잡는 요령은 앞뒤 사람의 간격이 좁아 뒷사람에게 위협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피크 부분을 진행 방향으로 향하게 하면 된다.
알펜스톡은 산행 중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용법 숙지와 각각의 체형과 신체적 조건에 맞는 길이와 무게를 잘 조절해야 한다. 산행 중 T자형 스톡은 손목에 무리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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